[사건을 보다]21년 만의 ‘은행 권총강도’ 검거…어떻게 자백 받았나

2022-09-03 14



[앵커]
총을 쏴서 은행 직원을 살해하고 3억 원을 챙긴 대전 은행 권총 강도 사건, 사회1부 정현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Q1. 21년을 숨어 지낸 사람들에게 자백받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추가 범행 진술까지 받았나요?

A1. 지난달 25일 경찰에 체포된 이정학은 주범이 이승만이라고 지목하고 비교적 순순히 범행을 실토했는데요.

이승만은 좀 달랐습니다.

체포 엿새째인 지난달 31일 저녁에야 입을 열었는데요.

경찰이 이정학은 이미 자백을 했다고 했는데도 이승만은 자기 입을 열려는 경찰 수사 기법이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요.

진술분석관들이 심문 과정에서 신뢰를 보여주며 마음을 열자 그제서야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정학과 이승만의 이런 행동을, 공범 두 명이 따로 심문받을 때 다른 공범이 자백하면 내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결국 둘 다 자백하고 만다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했습니다.

[이윤호 / 서울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일단 체포되면 유무죄와 양형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될 테니까. 책임을 전가하거나 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Q2. 방금 리포트에서 보셨지만 현금수송차 탈취 자백은 갑자기 왜 자백을 했을까요?

A2.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3년 4월 저지른 현금 수송차 탈취는 '단순 절도죄'가 적용돼 당시 법에 따른 공소시효가 5년인데요.

2008년을 이미 지나버려 재판에 넘길 수 없습니다.

과거 다른 범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이승만이 처벌 대상이 아닌 걸 알고 자백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3. 그럼 자백하지 않은 다른 범죄가 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3. 범죄 전문가들은 이승만과 이정학의 대담한 범행 수법과 계획성 등을 볼 때 진술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은행을 털 때 썼던 총의 행방부터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는데요.

이정학은 이승만이 총을 바다에 버렸다는 얘길 들었다고 하는데, 정작 이승만은 총을 야산에 묻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 잘게 부숴 버렸다고 진술한 겁니다.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38구경 권총을 만져보면 쇠가 엄청나게 단단해요. 잘게 부순다는 것 자체가 이승만의 진술의 신빙성은 좀 낮아 보이고요. 둘러대고 혹시 지금까지도 어디에 보관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직 세상에 안 드러난 추가 범죄, 즉 '암수범죄'의 가능성을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검찰과 경찰도 추가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Q4. 어제 검찰에 넘겨질 때 이승만과 이정학 모습을 보니까,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A4. 어제 두 사람이 경찰서를 나설 때 모습을 한번 비교해 보면요.

경찰이 이미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을 공개했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들의 요청은 둘 다 거부했는데요.

이정학이 최대한 얼굴 노출을 줄이려고 고개를 푹 숙인 반면 이승만은 보시는 것처럼 비교적 당당하게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 걸로 알려진 이승만과 달리 가족조차 자신이 은행강도 사건의 범인인 줄 몰랐다는 이정학은 가족들이 받을 충격을 걱정한 걸로 보입니다.

돈을 위해서 은행 직원의 생명까지 뺏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족 걱정이라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였습니다.